Sunday 1 September 2013

추억의 기록

다가오는 토요일, 영국으로 가는 날이다. 그 동안 미뤄오던 짐꾸리기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책이며, 옷이며, 신발이며 하나씩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챙길 것과 처분할 것, 간직할 것과 없앨 것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저기 쌓여 있던 소지품들을 살피다가 철학기 때 쓴 일기장과 피정 기록, 실습지 미얀마에서 찍은 사진, 미얀마 지인들이 남긴 편지들... 이렇듯 지난 추억의 기록들을 접하게 되었다. 짐을 챙기다 말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추억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지나간 일의 자세한 정황을 다시 기억하게 하기도 하는가 하면, 내게 배려와 사랑을 보내주신 주변분들의 마음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잊고 있었건만 지난 날 어떤 이유에서든지 나를 챙겨준 분들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리도 나는 힘들고 속상했던 일만 기억하고, 감사하고 기뻤던 일은 이다지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걸까...
미얀마에서 돌아온 지 반 년 가까이 고국에서 다시 작은 추억을 만들고 나서, 이제는 머나먼 영국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으러 곧 떠난다. 설레임과 두려움... 실과 바늘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이 두 가지 감정. 출국 날짜가 다가올 수록 더욱 뚜렷하게 올라오는 감정이다. 아마 밉든 곱든 정들었던 곳을 추억으로 남기고 떠나는 이에게는 익숙한 감정일 것이다.
 과거의 추억과 은총에 감사드리고 새로운 앞날을 기약하면서 남은 준비를 착실히 마치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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