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6 September 2013

KEEP CALM PUT THE KETTLE ON - 차분히 마음 먹고 찻주전자에 물을 올려라.

영국에 도착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정착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터이니 믿음을 잃지 말고 유연하게, 성실하게, 정진해야 할 것이다.

내가 머무는 공동체에 'KEEP CALM PUT THE KETTLE ON'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머그컵이 하나 있었다. 참으로 영국인다운 문구다. 차를 마시는 문화가 그들에게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차를 끓여 마시면서 마음도 가라앉히고 앞으로의 행동 방식도 생각하는 습관이 있나 보다. 아니, 차를 습관처럼 즐겨 마시니, 일단 차를 끓이는 행위 자체가 그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지도 모른다.

나도 영국에 왔으니 기왕 좋아하는 차를 좀 더 '적극'적으로 마실란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따스한 차 한 잔이 제격일 것이고, 무엇보다도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서서 그분이 주님이심을 되새기게 해 줄 터이니...

Sunday, 8 September 2013

예수님의 몸 - The Body of Christ

어린 조카와 함께 미사에 참례했다.
영성체를 하고 난 내게 조카가 물었다.
'삼촌, 하얀 거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대답해 주었다.
'응, 그건 예수님의 몸이야. 하얀 빵을 먹으면 예수님이 우리 마음으로 들어오시는 거야.'
그리고 나서 생각했다.
예수님을 모신 내가 달라진 것이 있는가?
예수님을 마음에 모셨다면서 그전과 달라진 것이 있는 것일까...
우리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몸을 모신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조카에게 해 준 답변 앞에서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I went to Mass with my young nephew.
After I received the holy communion, he asked me.
'Uncle, what happens after you eat that white thing?'
I answered, 'Well, that is the Body of Christ. If you eat the white bread, Jesus enters into your heart.'
And then I thought to myself.
Am I changed after receiving the Body of Christ?
Is there anything different in me after receiving Him into my heart?
If my hearts and attitudes are not changed,
what is the point of receiving the holy communion?
And I was ashamed of myself at my answer to the nephew.

Tuesday, 3 September 2013

Blessing

Do study the Scriptures as Jesus did. - Fr Bob on my departure for London

Sunday, 1 September 2013

추억의 기록

다가오는 토요일, 영국으로 가는 날이다. 그 동안 미뤄오던 짐꾸리기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책이며, 옷이며, 신발이며 하나씩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챙길 것과 처분할 것, 간직할 것과 없앨 것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저기 쌓여 있던 소지품들을 살피다가 철학기 때 쓴 일기장과 피정 기록, 실습지 미얀마에서 찍은 사진, 미얀마 지인들이 남긴 편지들... 이렇듯 지난 추억의 기록들을 접하게 되었다. 짐을 챙기다 말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추억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
지나간 일의 자세한 정황을 다시 기억하게 하기도 하는가 하면, 내게 배려와 사랑을 보내주신 주변분들의 마음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잊고 있었건만 지난 날 어떤 이유에서든지 나를 챙겨준 분들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리도 나는 힘들고 속상했던 일만 기억하고, 감사하고 기뻤던 일은 이다지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걸까...
미얀마에서 돌아온 지 반 년 가까이 고국에서 다시 작은 추억을 만들고 나서, 이제는 머나먼 영국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으러 곧 떠난다. 설레임과 두려움... 실과 바늘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이 두 가지 감정. 출국 날짜가 다가올 수록 더욱 뚜렷하게 올라오는 감정이다. 아마 밉든 곱든 정들었던 곳을 추억으로 남기고 떠나는 이에게는 익숙한 감정일 것이다.
 과거의 추억과 은총에 감사드리고 새로운 앞날을 기약하면서 남은 준비를 착실히 마치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