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2 October 2014

성령을 입자 (마태 22,11-14) - Let us put on the Holy Spirit (Mt 22,11-14)

Metropolitan Cathedral of Christ the King, Liverpool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마태 22,11-14)

악한 이든 선한 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를 잔치에 초대하셨다고 하면서 예복을 입지 않은 이를 어둠 속으로 내쫓아 버리시는 하느님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악해도 잔치에 들여보내지지만 그깟 예복을 입지 않았다고 내쫓기다니, 외적인 것보다 내면을 들여다 보신다는 하느님께서 이러셔도 되는 것일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예복을 그저 외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겠다. 내 생각에,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들을 부르시면서 각자에게 입고 올 예복을 주셨을 것 같다. 그 예복은 하느님 안에서 기쁨과 은총을 누릴 마음가짐에서 우러나오는 외적인 표현을 달리 말한 것일 뿐이다. 그 마음가짐이 없다면 천상의 잔치에 초대받는대도 하나 기쁠 것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마음가짐이 없는 이는 어둠 속에서 이를 갈며 우는 심정만 느낄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을 깊이 느끼고 그에 진정으로 동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마음가짐은 우리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 역시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령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다. 바로 혼인 예복처럼 말이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선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라고 하셨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열성이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며 주님을 섬기십시오(로마 12,11)'하며 권고하고 계시다. 이미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을 주셨고, 그 성령을 입고 내 안에서 살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천상 잔치에 초대 받은 우리. 나는 천성상 잔치를 즐길 줄 모르지만,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진정 하느님의 생명을 누리며 천상의 잔치를 즐기려면 우리에게 불어 넣어 주시는 성령을 받아 모셔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분께서 나의 마음 속에 타오르시도록 해 드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천상 잔치에서마저도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것과 다름 없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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