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14 October 2014

자유 Freedom

Redemption - Anglican Cathedral, Liverpool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 (갈라 5:1 성경)

When Christ freed us, he meant us to remain free. Stand firm, therefore, and do not submit again to the yoke of slavery. (Gal 5:1 Jerusalem Bible)

For freedom Christ has set us free. Stand firm, therefore, and do not submit again to a yoke of slavery. (Gal 5:1 NRSV)

Zur Freiheit hat uns Christus befreit. Bleibt daher fest und lasst euch nicht von neuem das Joch der Knechtschaft auflegen! (Gal 5:1 EIN)

닉 신부님은 강론 중에 제1독서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바오로 사도께서 짧은 표현 안에 진국을 담아내었음을 말씀하셨다. 신부님 말씀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자유, 그리스도께서 이미 마련해 주신 자유를 살아내는 것은 마치 훌륭한 군인과도 같이 굳건히 서서 종살이로 물러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 훌륭한 군인과 그렇지 못한 군인은 과연 적 앞에서 굳건히 설 수 있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는 것이라는 것. 아무리 힘이 세고 능력이 있는 군인이라도 용병이라면 최후의 순간에 목숨을 구하고자 도망을 치겠지만 자신의 도시를 지켜내려는 충정을 가진 군인이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 싸울 것이니 말이다.
특히나 전례 때 읽는 예루살렘 성경으로 읽고 그것을 신부님의 강론 말씀으로 들으니 바오로 사도가 이를 말하면서 전하고자 한 간곡한 심정이 강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자유는 이미 주님께서 나를 위해 성취해 주신 것인데 어째서 그리도 자주 용기를 잃고 포기하게 되는 것인지... 갈라디아 서의 이 말씀은 주님의 모상으로 지음받고 그분의 자녀로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우리의 현실로서 살아내어야 하는 주옥같은 말씀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자유는 다른 누구에게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께서 끝간데 없이 깊은 사랑 속에 당신의 수난과 고통으로 우리를 위해 마련하여 주신 것이고 이미 우리는 자유인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Sunday, 12 October 2014

성령을 입자 (마태 22,11-14) - Let us put on the Holy Spirit (Mt 22,11-14)

Metropolitan Cathedral of Christ the King, Liverpool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하고 물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마태 22,11-14)

악한 이든 선한 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를 잔치에 초대하셨다고 하면서 예복을 입지 않은 이를 어둠 속으로 내쫓아 버리시는 하느님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악해도 잔치에 들여보내지지만 그깟 예복을 입지 않았다고 내쫓기다니, 외적인 것보다 내면을 들여다 보신다는 하느님께서 이러셔도 되는 것일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예복을 그저 외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겠다. 내 생각에,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들을 부르시면서 각자에게 입고 올 예복을 주셨을 것 같다. 그 예복은 하느님 안에서 기쁨과 은총을 누릴 마음가짐에서 우러나오는 외적인 표현을 달리 말한 것일 뿐이다. 그 마음가짐이 없다면 천상의 잔치에 초대받는대도 하나 기쁠 것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마음가짐이 없는 이는 어둠 속에서 이를 갈며 우는 심정만 느낄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을 깊이 느끼고 그에 진정으로 동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마음가짐은 우리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 역시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령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다. 바로 혼인 예복처럼 말이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선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라고 하셨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열성이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며 주님을 섬기십시오(로마 12,11)'하며 권고하고 계시다. 이미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을 주셨고, 그 성령을 입고 내 안에서 살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천상 잔치에 초대 받은 우리. 나는 천성상 잔치를 즐길 줄 모르지만,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진정 하느님의 생명을 누리며 천상의 잔치를 즐기려면 우리에게 불어 넣어 주시는 성령을 받아 모셔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분께서 나의 마음 속에 타오르시도록 해 드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천상 잔치에서마저도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것과 다름 없고 말 것이다.